북한산 원효봉
얼마 전 응봉능선을 타고 사모바위를 다녀온 뒤, 다시 한번 북한산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원효봉 정상에 다녀왔는데, 힘든 코스를 다녀와서인지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장마 뒤에 계곡 물이 불어나서 북한산의 계곡을 맘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 매력을 차차 보여드리겠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원효봉까지
우리의 출발지는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였다. 이곳에 제1,2 주차장이 있었는데, 산과 더 가까운 제2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가능하면 덜 걸을 수 있도록 최대한 가까운 곳에 주차하려는 의지, 등산하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가 출발한 시간은 오후 2시, 가장 더운 시간에 출발해서 등반길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 날은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날이었다. 다행인 건(다행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대에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좀 더 용기를 내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가다 보니 수구정 화장실이 나왔다. 아직은 평지길이라 쉬운 길, 여기가 마지막 화장실인가 했는데, 올라가다 보니 화장실 하나가 더 나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원효봉 가는 코스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다는 점이었다. 올라가는 내내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 올라갈 수 있었고,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계곡 물소리 덕에 없던 힘도 나는 것 같았다.
올라가다 보니 사찰이 하나 나왔다. 이번에 다시 느꼈지만, 북한산 주변에는 정말 사찰들이 많았다. 곳곳에 있는 사찰들이 이정표가 되어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는 걸 알려주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갈림길이 없어서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기만 했다.
올라가는데 계속 계곡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수심이 깊은 곳도 있었는데, 물 색깔이 파랗게 보여서 보기만 해도 정말 시원했다.
길을 걷다 보니 원효교라는 다리가 나왔다. 여기서 건너야 원효봉으로 가는 줄 알고 다리를 건넜는데, 잘 못된 판단이었다. 이 다리를 건너서 쭉 걷다 보니 덕암사라는 사찰이 나왔는데, 그 이상은 등산로가 없는 것 같아 돌아왔다.(나중에 알고 보니 덕암사 지나서 가는 길도 있다고 한다.) 어쩐지 가는 길이 넓고, 차도 들어갈만한 길이라 이상했는데, 우리가 가려던 길이 아닌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다.
다시 돌아와 원효교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걸으니 넓은 공터가 나왔다. 이 넓은 공터에 마지막 화장실이 있어서 재정비하고 가기 좋았다.
그 옆에는 북한동역사관이 있었는데 지도에도 표시되는 곳이니, 초행이신 분들은 북한동 역사관을 찍고 오르셔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쉼터에서 정비를 하고 걷다 보니 보리사라는 절이 나왔다. 여기까지 왔으면 제대로 찾아온 것, 보리사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가니 본격적인 등산코스가 시작되었다.
보리사를 지나 갈림길이 또 하나 나오는데.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원효봉,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대로 가는 길이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이정표를 따라 원효봉 방면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이 조금씩 험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원효봉 가는 길에 만난 계곡, 다리 밑으로 내려갈 수 있어서 잠시 계곡으로 내려와 봤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오랜만이라 정말 좋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라 좀 더 가뿐한 마음으로 정상으로 향할 수 있었다. 시원한 계곡을 두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게 쉽지 않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계속되는 오르막 길, 계곡에서 쉬고 와서 이 길이 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남편을 포함한 같이 갔던 일행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니 북문이 나왔다. 딱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 이곳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문 사이에 들어가서 찍으니 예쁜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다.
원효봉 정상
북문에서 정상까지는 200m 남짓되는 거리였다. 마지막을 힘을 내어 원효봉 정상에 도착했다. 왼쪽으로는 북한산에서 가장 높다는 백운대 봉우리가 바로 보였다. 백운대를 눈앞에 두고 보니 언젠가는 오르고 싶어졌다.
정상에 올라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 등린이지만, 이 기분 느끼려 등산한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 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육안으로는 저 멀리 일산에 있는 요진 시티까지 보였다.
원효봉 정상에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정상 바위틈 사이로 고양이 가족이 있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터를 잡았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원효봉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 이 옆에 서서 사진도 몇 장 찍어주었다.
정상에서 먹기 위해 가져온 팥빙수 아이스크림, 여기에 우유 얼린 것도 가져와 조금씩 부어서 먹기 시작했다. 정말 꿀맛 같았던 팥빙수, 이 맛을 느끼기 위해 남편이 아이스백을 짊어지고 올라왔다. 남편 덕분에 시원하고 맛있는 빙수를 맛볼 수 있었다.
다시 찾고 싶은 북한산
이번 북한산 원효봉 등반은 힐링 그 자체였다. 계곡물이 흐르는 등산 코스에 멋진 전경을 보여주는 원효봉 정상까지 정말 완벽한 코스였다. 얼마 전 비가 오기 전 다녀왔을 때에는 계곡물을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 그 한을 다 풀고 온 느낌이다. 북한산 계곡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장마 뒤에 다녀와야 한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 북한산의 매력에 푹 빠진 이번 산행, 앞으로 다른 코스도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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