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렉스 헤드랜턴
야간에 산행을 가기로 한 우리 부부, 야간 등산이라는 말을 줄여서 야등이라고 하는데, 야등을 가려면 필요한 장비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헤드랜턴이다. 아직 좋은 장비를 쓰기에는 우리의 등산 커리어가 매우 낮아 쿠팡에서 싸고 괜찮아 보이는 제품으로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평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고, 무엇보다 배송이 빨리되어서 맘에 들었던 티렉스 헤드랜턴, 구매 당시 제트 배송 중이라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도착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22,000원, 좋은 랜턴은 5만원 이상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에겐 이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다. 이 제품을 고른 이유 중에 하나는 보통 머리에 두르는 끈 하나로 되어있는 랜턴과 달리 끈이 위로도 하나 더 있어서 흘러내리지 않고, 잘 고정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구성품으로는 충전용 리튬 전지와 충전선이 있었다. 충전선은 예전 핸드폰에 많이 사용되었던 5핀이었다.
제품의 기능을 좀 더 살펴보면, 먼저 각도 조절이 되어서 썼을 때 위아래로 쉽게 빛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다.
거기다 줌 아웃 기능도 있어서 빛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좀 더 좁은 범위를 환하게 비추고 싶을 때면 줌 인으로 빛을 모아주면 된다.
거기다 동작 인식 센서 기능도 있었다. 녹색 전원 버튼을 두 번 누르면 뒷부분의 LED 조명 색이 바뀌면서 동작 인식 센서 모드로 전환된다. 그 상태에서 등 앞으로 손을 가져다 대면 인식해서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는 기능이다. 아무래도 등을 사용하면 상대편에 오는 사람들이 눈이 부시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꺼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 사용하면 좋을 기능이었다.
인왕산 야등
드디어 야등을 떠난 날, 이제 6월이라 해가 길어져서 저녁에 등산을 시작해도 아직 날이 밝았다. 정상까지 올라올 때까지는 밝은 상태로 올라와서 정상에서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다 지고 어두워진 인왕산, 내려가기 전 헤드랜턴을 켜 보았다. 사람들이 신기했는지 구경 나온 산 고양이가 있었는데, 랜턴을 켜니 잘 보이지 않았던 고양이의 줄무늬도 선명하게 보였다.
정상에서 내려가기 전 서울의 야경을 실컷 보고 왔다. 올라올 때 봤던 풍경과는 다른 서울의 풍경이 펼쳐졌다. 낮에 보는 풍경도 좋지만, 불 켜진 서울의 야경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았다.
인왕산은 한양도성을 따라 조명이 켜지는 곳이라 비교적 위험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거기다 밤이어도 인왕산을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최근 등산이 유행하고, 인왕산 야등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았다. 그래도 곳곳에 어두운 곳이 있어 헤드랜턴은 필요한 곳이고, 아무래도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이 날 날씨도 비교적 좋아서 남산에 있는 서울 타워도 잘 보이고, 서울 풍경이 잘 내려다 보여서 정말 좋았다.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에서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왔다. 밤에 가니 시원하고 좋았던 인왕산, 정상은 꽤 추워서 가벼운 바람막이 정도는 가지고 가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이제 여름이 되면 한낮에 등산하기 어려울 텐데, 이렇게 밤에 가는 야등을 종종 하게 될 것 같다. 코스도 어렵지 않으니 등산에 도전해 볼까 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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