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등산
우리 부부가 새롭게 갖기로 한 취미가 있으니 바로 등산이다. 취미라고 하기엔 아직 한 번밖에 안 갔지만 앞으로 자주 갈 예정이다. 등린이가 오를 첫 번째 산은 바로 경복궁 뒤쪽에 있는 인왕산, 초보자가 오르기에 코스가 어렵지 않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 내어 도전했다. 이 날 인왕산을 먼저 다녀왔던 지인과 우리 부부 셋이서 함께 올랐다.
우리가 다녀 온 코스는 윤동주 문학관에서부터 시작하는 코스이다. 지도 상에서 오른쪽부터 오르는 길, 내려올 때에는 반대편 왼쪽 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코스가 다르니 구경하는 재미도 더 있을 것 같았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정상까지
많은 산을 가보지 않아서 비교할 데이터가 적긴 하지만, 인왕산 코스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바로 성벽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계단이 많은 것이 좀 힘들긴 했지만 성벽 너머 경치를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있었다.
성벽은 예전에 지어진 부분과 새로 보수한 부분이 함께 있었는데, 새로 지은 것은 확실히 티가 났다. 비록 새로 지었다 해도, 보수해서 성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맘에 들었다.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새로 지은 부분도 오래되어 훨씬 더 자연스러워질 거란 생각이 든다.
걷다보니 인왕산 숲 속 쉼터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예전에 군 초소 사용되었던 곳이고,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인데 이곳 3분 초는 기존의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남겨두고 보수하였다고 한다. 인왕산이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쁜 경치 속에 보이는 인왕산 숲 속 쉼터,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 보는 경치도 멋질 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오니 공간이 꽤 넓고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예쁜 꽃이 있는 화분도 있어 보기 좋았다.
벽면에도 다양한 초록 식물들이 있었다. 숲 속 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드 톤의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의자도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넉넉히 있어 앉아서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공간이었다.
한 쪽 코너에는 책도 있었는데, 바깥 경치를 보면서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밖에서 봤을 때 보다 더 잘 꾸며져 있어서 맘에 들었던 숲 속 쉼터,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걷다보니 한양도성 부부소나무를 만났다. 소나무끼리 연결된 연리지 나무였다. 두 나무 사이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연결되었을까 신기했다.
점점 정상으로 향하는 중, 4월이지만 아직 산속에는 개나리가 피어있었다. 너무 빨리 피었다 져서 보지 못했던 꽃들을 등산하며 볼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또 다른 소나무, 나무 너머 풍경을 보니 벌써 꽤 많이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날 올라갈 때에는 날씨가 조금 흐려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정상에서 내려올 때 즈음에는 하늘이 조금씩 맑아졌다.
산 봉우리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정상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많은 산들이 그렇듯이 인왕산도 바위산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려면 바위 사이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줄을 잡고 마지막 고비를 열심히 지나왔다.
드디어 정상이다. 338.2m라는 정상 표지판이 정말 반가웠다. 양 옆에 서서 사진 하나씩 찍어주니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정상에 왔으니 잠깐 앉아서 쉬기로 했다. 가져온 간식을 먹고 있는데, 다른 등산객 분들이 싸온 먹거리도 눈에 들어왔다. 어떤 등산객 한 분이 오이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계셨는데, 역시 고수들은 싸오는 것도 다르네 수분이 많은 오이를 챙겨 오시는구나 하고 보고 있었다. 그때, 그분이 내 시선을 느끼셨는지 성큼성큼 다가와 오이를 하나씩 쥐어주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씩 들고 기념으로 찍었다. 이게 바로 등산객 사이의 정이구나 인류애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내려갈 때에는 올라왔던 길과 반대편으로 내려왔다. 하늘이 점점 개어서 인왕산 정상과 성벽길 풍경이 더 멋져 보였다.
산 아래로 보이는 서울 시내 풍경도 참 멋졌다. 이렇게 시내를 가까이서 내려다 볼 수 있다니, 사람들이 인왕산을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더 멀리까지 잘 보일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보이는 것 만해도 좋았다.
저 멀리 남산도 보여서 찍어봤다. 내려가는 길은 확실히 올라올 때 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신발도 미끄러워서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왔다.
마지막은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키는 호랑이상, 이미 인왕산에서는 유명한 호랑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하나씩 찍고 시내로 내려왔다.
총평&위치
인왕산 정상에 올라보니 기분도 상쾌하고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코스도 힘들지 않아 초보자가 가기에도 좋았던 곳이었다. 인왕산은 밤이 되면 성벽에 불이 켜져서 야행하는 것도 좋다고 하니 다음에는 밤에 오기로 했다. 불 켜진 성벽과 그 너머로 보이는 서울 시내 풍경을 상상하니 당장이라도 또 오고 싶었다. 최근 등산을 즐기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분들이라면 인왕산은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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