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회고택
부석사를 다녀오고 찾은 우리의 숙소는 경북 봉화군에 있는 만회고택이었다. 말 그대로 고택이라 국가 민속문화재로 등록된 곳이다. 전에 한옥집에서 숙박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고택은 처음이라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부석사가 있는 영주시에서 차를 달려 도착한 봉화군 만회고택,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해가 금방 떨어져 도착하니 한밤 중 같은 느낌이었다. 불이 켜진 만회고택의 모습이 참 멋졌다.
안 마당으로 들어오니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도착하니 호스트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방을 안내해 주셨다. 전화 통화했을 때에는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이 받으셨는데, 안내해주시는 분은 젊은 여자분이셨다.
날이 추우니 일단 방으로 들어왔다. 보일러가 있어 방바닥은 따뜻했지만, 웃풍이 들어서 위 쪽 공기는 차가운 느낌이었다. 전형적인 옛날 한옥집 느낌 그대로였다. 왼쪽에 보이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화장실이 나온다.
방 안에 화장실이 딸려있어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방 한 쪽엔 고가구로 보이는 수납장과 수건, 드라이기, 거울 등이 놓여있었다. 만회고택에 관련된 책도 있어서 이 집과 주면 해저리 마을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볼 수 있었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건넌방으로 가면 공용주방이 있었다. 컵이나 접시 같은 것도 사용할 수 있었고,
전자레인지, 냉장고, 커피포트 같은 가전제품과 차 종류도 있었다.
저녁을 해결하러 나갔다 왔는데, 아까 안내해 주신 분이 웰컴 티를 가져다주셨다. 따뜻한 차와 한과를 먹으니 몸이 좀 녹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는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어찌저찌 일정이 마무리되어 잠을 청했다. 자기 전에 이불 펴놓고 앉아, 제로게임도 했는데, 둘이 하는 제로게임도 나름 재밌었다. 자신 있게 셋을 외치며 자신의 손가락은 들지 않았던 남편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더 그런 것 같다. 마치 옛날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느낌이랄까, 추운 밤이었지만 나름 재밌었다.
만회고택에서의 아침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예쁘게 떨어지는 눈이라니,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전 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만회고택의 모습을 아침이 되어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문 밖에서 서서 안 마당을 보니 마치 하나의 그림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밖으로 나와 만회고택을 좀 더 둘러보았다. 바깥 쪽 마당도 아침에 보니 더 넓은 느낌이었다.
안마당에서 나와 명월루가 있는 쪽도 살펴보았다. 쭉 뻗어있는 마루의 모습이 멋졌다.
만회고택 명월루의 모습이다. 명월루 처마 아래 달려있는 풍경도 예뻤다.
조선 후기 문신 김건수가 살던 집이라는 만회고택, 이 명월루에 앉아서 달을 보면서 풍류를 즐기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았다.
아침에 만회고택을 나서는데 이 집의 진짜 호스트로 보이는 어르신이 오셔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이 잘 나올만한 곳에 서보라고 하시고, 구도를 보시며 정성껏 사진을 찍어주셨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시면서 열심히 찍어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총평&위치
국가민속문화재를 개조해 만든 만회고택, 특별한 한옥집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다만 겨울에는 웃풍이 들어 생각보다 춥다는 걸 감안하고 오셔야 한다. 만회고택 앞쪽으로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꽃이 피는 계절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추운 밤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어느새 추억이 된 만회고택에서의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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